20년 전 내가 ‘카톡 읽씹’당하고 ‘올차단’ 엔딩 맞이한 이유 (feat. 흑역사 대방출)

“왜 내 연애는 늘 카톡 읽씹과 올차단으로 끝날까?” 20년 전 김대표의 뼈아픈 실화와 함께 뇌과학으로 풀어보는 연애 폭망 직진남녀들의 탈출구.

요즘 카톡 프로필을 보면 다들 아기 이름에 ‘D+365’ 같은 걸 달아놓고 육아 전쟁 중이시더군요. 세월 참 빠릅니다.
하지만 여전히 연애 전선에서 피를 흘리며, 카톡 프사를 올렸다 내렸다 무한 반복하느라 화질이 다 깨져버린 ‘저화질’ 상태의 주변분들을 보게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 연애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지구가 둥글다는 것 빼고는 다 틀려먹었던 제 20대 시절의 뼈아픈 흑역사입니다. 그 시절 저는 썸녀에게 카톡 읽씹을 당하다 못해 번호까지 올차단당하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곤 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지금 와서 뇌과학과 심리학으로 분석해 보니, 아주 과학적으로 망할 짓만 골라 했더군요.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제 흑역사, 비웃을 준비 하시고 따라오시죠.

1. 금사빠의 급발진과 차가운 로그아웃

20년 전의 저는 아주 지독한 ‘인간 하이패스’였습니다. 썸만 타면 혼자 결혼식장 대관하고 아이 이름까지 짓는 중증 ‘금사빠’였죠.

“내 모든 걸 다 줄 테니, 넌 사랑만 해줘!”

당시 제 연애 모토였습니다. 상대방이 원하지도 않는 과한 선물, 부담스러운 연락 텀으로 밀어붙이며 제 영혼과 통장 잔고를 통째로 갈아 넣었습니다. 숙식 제공만 안 했다 뿐이지, 거의 걸어 다니는 복지재단이었죠.

그런데 킹받게도, 이렇게 다 퍼주는 연애의 끝은 늘 ‘잠수’나 ‘올차단’이었습니다. 왜일까요? 뇌과학에는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보상 예측 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란? 우리 뇌는 예상치 못한 긍정적인 자극을 받을 때 도파민을 폭발시킵니다. 반대로, 아무 노력도 안 했는데 처음부터 100%의 보상이 주어지면 뇌는 더 이상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지루해합니다.

제가 했던 헌신은 상대방의 도파민을 완전히 말려 죽이는 행동이었습니다.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다 주는데, 어느 누가 매력을 느끼겠습니까? 상대방 입장에선 “얘는 내가 불입금 안 내도 유지되는 꽁짜 보험인가?” 싶어지는 겁니다. 결국 단물이 다 빠지면 차갑게 로그아웃해 버리는 거죠.

여러분, 첫 단추를 세 칸이나 내려서 끼우면, 아무리 손톱이 부러지도록 열심히 끼워도 마지막엔 아래 세 칸이 남아서 덜렁거리게 됩니다. 계산 없는 순수한 사랑? 좋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원하지도 않는 과한 헌신은 사랑이 아니라 ‘도파민 절도죄’에 가깝다는 걸 기억하세요.

2. 연애를 학원으로 만든 ‘선생님 화법’의 최후

두 번째 흑역사는 제 ‘말투’에 있었습니다. 평소에는 세상 얌전한 ‘멍뭉이’ 같다가도, 카톡 연락 문제나 서운한 점이 생겨 갈등이 시작되면 제 자아는 지옥의 문을 지키는 머리 셋 달린 괴물, ‘케르베로스’로 변신했습니다.

상대방의 논리적 허점을 찾아내서 아주 조목조목 조지는, 일명 ‘선생님 화법’을 구사한 거죠. 당시 제가 보냈던 가상의 (그러나 사실에 기반한) 카톡 대화를 보여드리겠습니다.

[20년 전 지옥의 카톡 예시]

나: “네가 어제 연락 텀이 3시간이나 비었던 건, 단순히 바빠서가 아니라 우리 관계에 대한 우선순위가 밀렸기 때문이야. 네 행동은 심리학적으로 회피형에 가까워. 내 말이 틀려? 반박해 봐.”

썸녀: “말을 왜 항상 그렇게 선생님처럼 훈계하듯이 해? 숨 막혀…”

나: “훈계가 아니라 팩트를 말하는 거야. 네가 상처받기 싫어서 방어기제를 치는 거지. 고치기 싫으면 말을 해.”

…지금 보니까 진짜 대가리를 깡 치고 싶을 정도로 킹받네요. 당시에는 제가 굉장히 이성적이고 똑똑하게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고 착각했습니다. 상대방에게 반격 불가능한 치명상을 입혀야 이기는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연애는 토론 대회가 아닙니다. 사귀면서 상대방이 믿고 털어놓았던 비밀이나 약점을 날카로운 칼로 갈아서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인신공격의 무기로 쓰는 짓, 그거 진짜 최악입니다.

결국 화해를 한다 해도, 그 날선 조롱과 비아냥은 상대방 마음에 문신처럼 새겨져 절대 지워지지 않습니다. 다 끝장내겠다는 심보로 보금자리에 불을 질러버리면, 탄내 나는 그곳으론 영영 재회할 수 없습니다.

3. 소통이 아니라 고문이었던 ‘일상 TMI 융단폭격’

마지막으로, 제 이별 급행열차에 부스터를 달아준 것은 바로 ‘텍스트 폭력’이었습니다. 상대방의 반응이나 텐션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제 일상을 아주 나노 단위로 쪼개서 전송했죠.

당시 제 카톡 창은 거의 흡사 ‘인간 디스패치’였습니다.

[킹받는 카톡 줄글 예시]

“나 방금 일어났어! 오늘 날씨가 좀 흐리네? 아침은 편의점 삼각김밥 먹었어 참치마요로ㅎㅎ 출근길에 지하철 2호선 탔는데 앞에 아저씨가 발 밟아서 짜증 났음ㅠㅠ 아 참, 오늘 점심은 대리님이랑 김치찌개 먹기로 함! 메뉴 고르기 힘들었다 헥헥.. 자기는 뭐해? 바빠? 왜 답장이 없엉? 보고 싶다아앙”

상대방이 읽지도 않았는데 이 긴 줄글을 혼자 융단폭격하듯 쏟아부었습니다. 상대방 입장에선 소통이 아니라 거의 정보 고문에 가까웠을 겁니다.

답장이 조금만 늦어지면 “바빠?”, “내가 뭐 잘못했어?”라며 집착 본능까지 발동했으니, 상대방이 카톡 읽씹을 거쳐 올차단 엔딩을 선택한 건 어쩌면 당연한 생존 전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4. 정리하면

20년 전, 온몸으로 흑역사를 쓰며 올차단 당했던 제가 지금의 여러분에게 드리는 뼈 때리는 현실 조언입니다.

  • Tip 1: 도파민 밀당을 하세요. 다 퍼주지 마세요. 상대방이 당신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게 만들어야 뇌에서 ‘보상 예측 오류’가 일어나 당신에 대한 매력이 올라갑니다.
  • Tip 2: 이기려고 싸우지 마세요. 갈등이 생겼을 때 ‘케르베로스’로 변신해 상대의 약점을 찌르는 화법은 관계를 영구적으로 파괴합니다. 져주는 게 이기는 겁니다.
  • Tip 3: 카톡 창에 여백의 미를 두세요. 일상 TMI를 줄글로 폭격하지 마세요. 상대방의 연락 텀에 맞춰 당신의 템포도 조절하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저처럼 20년 뒤에 이불킥하며 후회하지 마시고, 오늘부터라도 프로필 프사 내리는 일 없는 건강한 연애를 하시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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